손발에 각질이 두껍게 쌓이고 피부가 갈라져 찾아오신 분입니다. 발가락이 접히는 부위와 뒤꿈치는 갈라진 자리에서 피가 났습니다. 걸을 때 아파서 메디폼을 붙이고 오셨습니다. 가렵지는 않다고 하셨습니다.
손을 남에게 내밀기도 어렵다며 “저희 손주 손도 못 잡아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건선인 줄 알고 오셨습니다
각질이 점점 두꺼워지자 도서관에서 피부질환 책을 찾아보고 건선이 아닐까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앞서 대학병원에서 피부과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피부가 벗겨지는 부위가 작고 증상도 가벼웠으며, 습진이라는 설명을 들으셨습니다.
그런데 진료를 받으며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동네에서 볼 일로 왜 여기까지 왔느냐는 뉘앙스였고, 비웃는 듯한 눈길로 느껴졌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손과 발을 살펴보고, 증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들은 뒤 한포진으로 판단했습니다. 한포진은 손발에 생기는 습진의 한 종류입니다. 작은 물집이 생겼다가 피부가 벗겨지고 갈라질 수 있습니다.
이 분은 눈에 띄는 물집을 본 기억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진료 당시에는 두꺼운 각질과 갈라진 상처 때문에 불편해하셨습니다. 가려움보다 걸을 때의 통증이 더 컸습니다.
“저분은 나았어요?”
얼굴에도 생길까 봐 겁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손발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니, 이 증상이 어디까지 번질지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한포진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설명하며 다른 환자의 치료 사진을 함께 보았습니다. 사진 속 손을 보시더니 “나하고 똑같은데”라고 하셨습니다. 자신보다 더 심해 보인다며 물으셨습니다.
“저분은 나았어요?”
그 환자의 손이 치료 후 좋아진 모습을 보시고는 기분이 한결 편해졌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사진 속 환자가 젊어 보여, 자신은 나이가 많아 더디게 낫지 않을까 걱정도 하셨습니다. 회복 속도는 나이만으로 정할 수 없고 사람마다 달라, 치료하면서 경과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에는 일주일에 몇 번 와야 하는지, 한약을 먹으면 어떤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지 물으셨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손이 좋아진 모습을 확인한 것이 치료를 받아볼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라인댄스는 잠시 쉬시라고 했습니다
올 봄에는 작았던 증상이 여름에 크게 심해졌습니다. 라인댄스와 요가를 시작한 뒤 땀을 많이 흘렸고, 더운 날 운동하고 나면 손발이 더 벗겨졌다고 합니다.
한포진은 땀과 더위에 심해질 수 있습니다. 운동 뒤에 증상이 심해졌다는 말씀을 듣고, 당분간 라인댄스는 쉬시라고 했습니다. 요가도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하기보다는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정도로 권했습니다.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지 여러 번 물으셨습니다. 지금은 손발이 갈라져 피가 나고 걷기도 아픈 상태입니다. 우선 염증을 줄이고 상처가 아물도록 해야 합니다. 피부가 안정되면 운동량은 다시 늘려갈 수 있습니다.
자주 씻고 세게 닦는 일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은 뒤에도 피부가 더 벗겨졌다고 합니다. 깨끗이 하려고 열심히 닦으셨고, 운동 후에 다시 씻다 보니 하루에 두 번 머리를 감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미 갈라진 피부는 물과 세정제에 자주 닿거나 세게 문지를 때 더 자극받을 수 있습니다. 오래 씻거나 힘주어 닦는 일은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씻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부드럽게 씻고, 씻은 뒤에는 보습제를 발라줍니다.
발에 붙인 메디폼에 대해서도 물으셨습니다. 붙이면 덜 아프고 걷기가 편한데 계속 사용해도 되는지 궁금해하셨습니다. 메디폼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고 말씀드렸고, 고정한 테이프를 떼면서 피부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할 점도 설명했습니다.
상처가 아문 뒤에도
염증이 가라앉고 갈라진 부위가 아문 뒤에도 남은 치료가 있습니다. 피부 장벽을 회복하고 면역 반응을 안정시켜, 일상적인 자극에 쉽게 벗겨지고 갈라지는 상태를 줄이는 것입니다. 손에 물이 닿거나 땀을 흘리는 일은 생활하면서 계속 생기기 때문입니다.
한약 치료를 계획하면서 평소 몸 상태도 물었습니다. 과식하거나 고기를 먹으면 윗배가 오래 꽉 찬 듯하고,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하는 일이 있습니다. 땀이 많은 편이고 더위와 추위를 모두 힘들어하며,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면 몸이 붓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소화 불편과 설사, 부종을 비(脾)의 운화 기능과 연결해서 봅니다. 음식물을 소화하고 수분을 몸에 고루 보내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수분이 정체되어 몸은 붓는 반면,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진액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분도 이런 평상시의 몸 상태에 추가로, 많은 땀으로 진액이 소모되는 일이 겹치면서, 손발이 쉽게 갈라지고 회복이 더딘 데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날은 바르는 약을 먼저 사용하고 피부 반응을 본 뒤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새로 갈라지는 곳이 줄고 걷는 통증이 덜해지는지, 약을 바른 뒤 불편은 없는지 살피려 합니다.
진료를 마치며 더 궁금한 것이 있는지 여쭈니 “설명 다 해 주셔서 알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갈라진 상처가 아물어 편하게 걷고, 손주 손도 편히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저의 목표입니다.